[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융합, 혁신과 AI 워싱 사이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최근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융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올해 초 ‘The promise and challenges of crypto + AI application’ 이라는 글을 통해 두 기술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실제 사례를 페이퍼 형태로 기술한 바 있다. NEAR 블록체인의 창시자인 일리야 폴로수킨 역시 블록체인과 AI가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하였다. 두 영역의 상호융합에 대한 관심은 학계에서도 매우 활발하여 관련 논문과 세미나, 학회 등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개최되고 있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트렌드가 일찍이 반영되어, 소위 ‘AI코인'으로 불리는 암호화폐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으며, 크립토 벤처캐피탈 시장에서도 AI 섹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3분기부터 크립토 벤처캐피탈의 투자대상 섹터로 등장한 AI는 2024년 1분기 대규모 투자건을 만들어내며 본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지갑 플랫폼을 제공하는 Utila가 씨드자금 모집단계에서 1천만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였으며 AI를 활용하여 투명하고 편견 없는 신용 평가 기준을 디지털자산에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Synnax는 극초기 단계에서 1백만 달러의 투자금 모집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은 실제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블록체인 기반 AI의 경우 주로 탈중앙 인프라를 활용하여 데이터의 신뢰성을 향상하고 AI 모델의 정확도 및 성능을 향상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AI 기반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AI를 활용하여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코어 기술 및 애플리케이션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블록체인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UX(사용자경험) 설계에 대한 부분 역시 AI를 통해 더 높은 사용자 만족도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의 높은 관심도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에 대한 혁신적인 미래를 예고하는 동시에 일정부분의 거품의 존재를 시사하기도 한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어 온 패턴이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관심을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즉각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 토큰의 존재는 ‘AI 워싱'을 매우 용이하게 한다. AI 워싱이란 실제로는 인공지능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기업 또는 기술인 것처럼 과장되게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마케팅 전략의 차원을 넘어 투자자들을 오도하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으며 토큰 가격의 급등과 급락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에 매우 위험한 관행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설령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이 실제로 결합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에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토큰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실용성, 수익모델의 견고성 또는 수익모델 발굴 가능성, 윤리적 또는 법적 고려사항은 물론이거니와 토큰의 발행 구조, 분배 계획 등 토큰이코노미의 설계가 토큰의 중장기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는 한다.
블록체인과 AI의 융합은 분명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투자처가 확실하다. 그러나 이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과장된 마케팅이나 단기적 투기가 아닌, 진정한 기술 혁신과 가치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AI’와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에 현혹되지 않고 실질적인 가치와 잠재력을 가진 프로젝트를 식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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