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불붙은 미·중 관세전쟁...디지털자산은 안전한가
경제민족주의와 통화독립의 교차점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주임교수]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터뜨린 ‘관세 폭탄’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같은 동맹국들까지 무역 타깃에 올리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캐나다와 협력해 미국에 “경제적 해를 끼치려 한다면 현재 계획된 것보다 훨씬 더 대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대한 관세율을 54%로 인상했고, 이에 대응해 중국도 모든 미국산 제품에 34%의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즉각 맞섰다. 이러한 전방위적 관세 공세는 2018년 이후 잦아들었던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이자, 미국 우선의 경제 민족주의가 재등장한 신호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해서라면 동맹국들도 어느 정도 희생을 감내할 것이라 자신하지만, 만약 그의 계산이 틀린다면 그동안 미국이 누려온 달러 패권과 이로 인한 특권이 영구히 흔들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파열음은 이제 통화 질서와 금융 주권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와 발 맞춰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일련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일명 ‘디지털 금’ 비축이라 불리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 계획을 공식 출범시켰다.
연방 법집행으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기반 자산으로 삼아 비축을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공개 시장에서 추가로 비트코인을 매입함으로써 향후 2,100만 개로 공급이 제한된 비트코인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정부가 보유한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트코인 비축의 핵심”으로 삼아 “모든 미국인의 이익”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집권 후 이를 이행함으로써 미국을 “국가 디지털 자산 전략 분야에서 세계 선도 위치”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축적함으로써,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부상하는 암호화폐 분야에서 미국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는 강경히 반대하면서, 그 대안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고 있다. 올 1월 발표된 행정명령 ‘디지털 금융기술 분야에서의 미국 리더십 강화’는 미국 달러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합법적이고 건전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CBDC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개인 사생활, 그리고 미국의 통화 주권을 위협한다며 미국 내에서 어떠한 형태로도 CBDC의 발행이나 사용을 금지했다. 즉, “디지털 달러”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대신 민간이 발행하지만 달러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화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이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검열 없이 거래할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기조에서 볼 수 있듯, 트럼프 행정부는 탈중앙화된 금융 인프라와 결제망을 육성함으로써 전통 금융체계와 일정 부분 분리된 대안적 금융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관세를 동반한 경제적 고립주의와 디지털 자산 육성 정책은 표면적으로 별개로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경제 및 통화의 자립에 대한 공통된 지향이 깔려 있다. 대규모 관세 부과를 통한 보호무역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이나 해외 시장에 덜 의존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비축과 스테이블코인 지원은 기존의 달러 중심 국제통화 시스템이 흔들릴 경우를 대비한 통화적 대비책이자 독립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정부들이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제재 우회 통로, 전통적 화폐 자산에 대한 의존도 감소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향후 무역 마찰이 심화되어 국제 결제가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는 상황에서도 디지털 자산을 통한 금융 안정망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예컨대, 중국이나 러시아 등 경쟁국들이 달러 패권에 도전하여 자체 결제망 또는 디지털 통화를 확산시킬 경우, 미국도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 금융망을 통해 금융 인프라 디커플링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세계는 점차 디지털 통화 블록의 분열로 나아갈 수 있다.
보호무역으로 촉발된 불신이 금융 영역으로 번지며 각국이 서로 다른 결제망과 준비자산을 내세우는 블록화된 통화 질서가 나타날 가능성이다. 이는 기존에 달러가 사실상 단일 지배자였던 국제 통화 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의 계산대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욕구가 무역 파트너들을 계속 붙잡아두는 한 달러 체제는 유지되겠지만, 만약 동맹과 교역국들이 더 이상 미국 중심 질서를 감내하지 못하고 이탈한다면 달러의 지위는 급속히 약해질 수 있다.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이라는 초국가적 자산이 부상하거나, 유로화・중국 디지털위안화 등 다른 법정통화 블록이 강화된다면 세계 금융은 다극화·분권화된 새 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결국 경제적 민족주의의 부활은 각국으로 하여금 통화 주권을 사수하려는 움직임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은 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까? 한국은 세계 상위권의 무역의존도를 가진 국가로서, 미중 간 갈등과 글로벌 통화 체제 변화에 매우 민감한 입장에 있다.
미국의 관세 공세와 디지털 자산 전략이 시사하는 바를 면밀히 해석하여 국가 금융안보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암호화폐를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통화당국은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국제기구의 기준 미흡 등을 이유로 외환보유고에 편입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비트코인은 유동성·신용위험 관리 등 국제통화기금의 준비자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가격 불안정성이 크다는 이유로 국가 외환보유고로 고려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중앙은행으로서 당연하지만, 전통 자산만으로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향후에도 최선일지는 재검토할 시점이다. 미국이 압수한 비트코인을 모아 국가 비축자산화하고 엘살바도르와 같은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준비자산으로 채택하는 등 글로벌 기축통화 질서에 균열이 가고 있는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보유 자산으로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가령, 당장 외환보유고에 비트코인을 편입하기 어렵다면 범죄수익으로 몰수된 암호화폐를 활용해 소규모 시범 비축 포트폴리오를 운영해보는 것이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시장에서 고위험 자산을 매입하는 부담 없이도 디지털 자산 운용 능력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강화하여 국제 금융망 분절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CBDC를 배척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밀고 나가면서, 글로벌 결제 환경은 USDT나 USDC와 같은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국제결제 수단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등 일부 동맹국은 이미 미국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식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하루 수조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만큼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민간 역량을 국가 전략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 등 디지털 자산 업계를 건전하게 육성하고 관련 규제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게 정비함으로써, 향후 필요 시 디지털 통화 전환이나 분산원장 기반 금융망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민간 인프라를 갖춰놓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동맹국 미국의 새로운 전략을 존중하면서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세 전쟁과 통화 질서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대비함으로써, 분절화되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 속에서도 금융 안보와 주권을 지켜내야 한다. 기존의 달러 중심 질서에 편승하는 데 그치지 말고,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CBDC를 아우르는 입체적 통화 전략을 구축할 때다. 탄탄한 전통 외환보유고에 더해, 신흥 디지털 자산과 결제수단을 적절히 포용함으로써 한국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국가 경쟁력과 금융 주권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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