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실거래 테스트… 참가자 10만명 모집
달러 패권 강화의 대응 수단 될 수 있다는 분석

사진: 이미지투데이

[대한경제=황은우 기자] 국내에서 한국은행 주도하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을 금지한 미국과는 다른 흐름이다. 대신 미국은 달러 패권을 위해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등에 가치가 연동된 지급결제용 가상자산) 육성을 선택했는데, 이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을 한은 CBDC가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날부터 CBDC 실거래 테스트 참가자 10만명을 모집한다. 확정된 참가자들은 다음달부터 3개월 동안 자신의 시중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폐인 예금 토큰으로 바꾼 뒤 각종 소매상점에서 결제할 때 쓸 수 있다. 예금 토큰과 마찬가지로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되는 CBDC의 활용 가능성을 가늠하려는 것이다.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 거래 보편화에 대응해 CBDC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나 최근 미국이 대열에서 이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정부가 개인의 금융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CBDC 발행을 금지한 것이다. 대신 트럼프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한 배경에는 달러 패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미 단기국채를 준비금으로 삼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이 늘어나는 것은 곧 미 국채의 매입 수요 증대를 뜻한다. 달러 코인이 상용화될수록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CBDC 반대 여론이 없는 데다, 전문가들이 한은 CBDC가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에 대한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급결제가 편리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될수록 원화의 활용도는 국내외 모두에서 추락할 수 있는데, 추후 민간에서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CBDC도 이를 일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돈(스테이블코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돈(CBDC)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며, 국내 지급결제 시장의 점유율을 지키는 건 금융 안정성을 내세운 CBDC가 적합하고, 글로벌 확장을 통해 원화의 활용도를 늘리는 데는 비교적 개방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이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이번 테스트에 대해 “디지털화폐 인프라와 이에 기반한 혁신 서비스를 체험해보고 피드백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출처: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503251607254040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