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혼란기에도 금융당국이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과 조각투자 플랫폼 제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시장 기대감이 다시 무르익고 있다. 탄핵 정국에 막혀 국회 통과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속에도 여야 모두 이견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빠른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를 통해 증권 발행과 유통 혁신 등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투자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벤처기업 등의 자금조달과 자산유동화를 위해 STO와 조각투자 플랫폼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금융당국은 실물·전자증권 외에 블록체인 기반으로도 증권 발행, 유통, 관리가 가능하게 하고, 현재 샌드박스로 운영 중인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을 활용한 조각투자를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블록체인으로 거래하는 토큰증권은 미술품·부동산·음악 저작권 등 자산을 쪼개 사는 '조각 투자'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원자재부터 지적재산권(IP)까지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난 데다, 모바일과 인공지능(AI)·자동화 등 최신 트랜드와 결이 맞닿아 자본시장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조각투자 토큰증권 시장의 국내 시가총액이 2024년 34조원에서 2028년 233조원, 2030년에는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다만 지금의 토큰증권은 법률적으로는 '비정형 증권'(투자계약증권 및 비금전신탁수익증권)으로 분류, 발행과 유통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다. 조각 투자로 토큰증권을 발행하려는 회사들은 '샌드박스'(규제 유예) 등의 한시적 방식으로만 사업을 해야 해 판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당국의 강한 의지와 입법화를 기대하며, 이미 수면 아래에선 사업자간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도 사업자는 역시 증권사다. 증권사와 기술 회사들이 페어를 이뤄 STO 플랫폼을 키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신증권의 부동산 STO 기업 카사코리아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카사코리아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부동산디지털수익증권(DABS) 거래소 '카사'를 운영 중이다. 국내 빌딩이나 사무실 등을 자체 매입해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유동화해 DABS로 쪼개 조각투자 형식으로 공모한다. 2019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조각투자 분야 '1호 플랫폼'으로 꼽힌다.

키움증권 또한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 전략 투자를 진행한 데 이어 코스콤과 함께 STO를 위한 공동 투자 플랫폼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SK증권 역시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플랫폼 '펀블'에 투자했고, 미술품 공동구매 프플랫폼 '아트앤가이드', 가상자산 지갑을 만드는 해치랩스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교보증권은 일본계 블록체인 금융사 SBI디지털마켓츠, 국내 기술 업체 '람다256'와 잇달아 STO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해 시장 개화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국회 입법이 빠르게 진행되야하며,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시장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134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