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맨지 한참… 토큰증권법 개정 `지지부진`
부동산과 미술품 등의 조각 투자가 가능한 토크증권(STO) 서비스가 출시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인프라 구축을 마친 상태에서 신규 사업을 위한 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국과 국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증권 거래 시장 개설이 당초 예정이었던 올해 상반기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심사소위원회에서 '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시범 개설 방안(STO 장내시장 시범 개설)'을 통과시킨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시장이 개설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관련 법 개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거래소가 지난달 이미 거래 시스템과 상장 등을 위한 규정 등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고 국내 약 45개 증권사가 참여한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STO 업체와의 의견 차이와 시장 수요 부족, 법 개정 미비 등으로 정식 개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금 장내시장을 개설해도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6곳에 불과하고,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가 작년 2월 STO를 증권으로 인정하고, 유통이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업계는 유통 플랫폼 구축에 나선 바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를 인수한 대신파이낸셜 그룹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조각투자 업체와 손을 잡았다.
유진투자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 토큰증권의 발행부터 거래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이미 내놨고, 미래에셋증권도 연내 공개를 목표로 토큰증권 통합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STO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34조원을 기록하고, 2030년에는 367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거래 활성화에 따른 국내 증권사의 수익 증가도 예상된다. 형성 초기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신규 공모가 확대되면서 연간 수천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이 확대되며 조각투자 상품의 매매수수료율 역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STO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법 개정 지연을 꼽았다. 이와 함께 법 개정을 핑계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금융당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싶은 조각투자사 역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STO 사업을 이끌었던 금융위 등은 급할게 없는 상황이고, STO 장내시장 개설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한국거래소 역시 개정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한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개별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조각투자사는 기존 인프라 개발비용을 포기하고 장내시장에 진입했을 때의 확실한 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상근 서강대 교수는 "얻을게 없는 상황에서 먼저 나서기 싫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법 개정이 선결돼야 하는데, 이번 회기에서는 사실상 개정이 불가능해진 만큼 STO 시장 활성화는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소야대가 유지되는 다음 국회 내에서도 당쟁에 치우치지 않고 아닌 시장을 위해 빠르게 법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5270210026304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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