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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금융당국

M
김태완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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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사업에 대규모 투자에도 '허송세월'…혁신금융서비스 지정도 기약없어
 
IBK투자증권이 개최한 토큰증권(STO) 사업 추진 간담회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IBK투자증권)

[안경주 금융증권부장] "작년에 정부(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발표를 믿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서 이맘때(2024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기대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금융당국과의 신뢰가 무너진 게 더 큰 일이다. 과연 다음에도 규제를 풀어준다는 얘기를 듣고 신사업을 준비하게 되면 또다시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근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증권사 C레벨 임원의 푸념이다. 여기서 말한 새로운 사업은 지난해부터 금융업계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힘을 쏟고 있는 토큰증권발행(Security Token Offering·STO)이다.

 

토큰증권(Security Token·ST)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화한 증권이다. 미술품·저작권 등 유무형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나타낸다. 특히 분할소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각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디지털 데이터인 토큰증권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STO다.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상 ST의 증권성 판단 여부,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제 정비 방안 등을 제시하자 금융업계에선 너도나도 사업 추진에 나섰다. 

 
 

당장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수익 다각화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주요 신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향후 시장 전망도 괜찮았다.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이 2024년 34조원에서 2030년 367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금융업계 전체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국내 STO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계획을 발표한 점도 업계의 기대를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특히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합법화하기 위해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 뿐만 아니라 규제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사업 실현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다.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금융업계의 이같은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법제화는 무산돼 결국 22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갔고,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그나마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통과되지 못한 점에 금융당국을 탓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의 의지가 통하지 않는 국회의 영역이니 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키를 쥐고 있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하면서 STO 관련한 부분은 쏙 빠졌기 때문이다. 법제화 무산 직후 첫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었던 만큼 그동안 보여준 금융당국의 의지였다면 충분히 사업 지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STO 사업자들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취재 결과, 미래에셋증권·KB증권 등 세 곳의 사업자가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이쯤 되면 금융당국이 의도적으로 STO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얘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의 금융당국은 (STO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도 수긍된다.

 

금융당국의 말을 믿고 1년에서 1년6개월가량을 준비했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 한다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같은 기약없는 기다림이 대규모 투자를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STO 등 신규 IT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각 은행·증권 등 금융사가 투자하는 자금은 각 사마다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방법이 다르다. 따라서 각 사별 정확한 투자 비용을 알기 어렵지만, 업계에 따르면 STO 법제화, 또는 혁심금융서비스 지정에 대비해 최근까지 금융사들이 투입한 자금이 각 사별로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은 STO 관련 인프라 개발에만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인건비 등을 고려되지 않았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섰던 점을 고려하면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용 지출이 끝난 게 아니다. STO 관련 인프라를 개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장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영입한 전문가에 대한 각종 비용은 고스란히 준비하는 회사의 몫이다. 가게 개점도 못하고 인건비와 임대료만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당장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 하반기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심사를 분기별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당장 9월까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사정도 있겠지만 정책은 신뢰가 담보돼야 한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면 더욱더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정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 금융당국이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영향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업계의 동참도 얻어내기 힘들다. 금융산업이 아무리 규제산업이지만 금융당국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금융업계의 도움은 중요하다. 그런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다면 불안과 불신만 더할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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