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지난 5월 법안 폐기로 멈춰선 토큰증권(ST) 법제화 작업을 이달 재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많은 사업자가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미술품·음원저작권·한우·부동산 등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관련 법 정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미술품 투자 수요 등이 감소한 영향이 컸지만, 법 미비로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국힘 김재섭 의원이 대표 발의키로
2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다음 주 중 대표 발의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시절이던 작년 7월에도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소득 없이 자동 폐기됐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 형태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STO를 이용하면 미술품, 부동산 등 특정 자산을 기초로 조각투자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토큰증권이 안정적으로 발행·거래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동일한 제도가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을 주축으로 한다.
특히 제재 사항 등 세부적인 시행령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에 대한 정의조항이 지난해 나온 개정안에서 어느 정도 만들어진 만큼 이번 개정안에는 제재 방법,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위원회도 활발히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융당국 및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해 김재섭 의원실은 오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큰증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입법 방향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 코스콤, 신한투자증권, 루센트블록 등 다수의 관계자가 참석한다.
세미나에서는 토큰증권을 기존 증권법 체계 내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포함해 발행 및 유통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김재섭 의원은 “토큰증권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만큼 혁신적인 금융 환경 조성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며 “세미나를 통해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위한 입법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입법 논의 중단에 STO 시장도 위축… 관련株도 반토막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여야 대치 국면에 법제화가 늦어지면서 시장도 활력을 잃었다. 일례로 올해 미술품 조각투자사가 발행한 7개의 투자계약증권 중 청약률 100%를 달성한 증권은 하나도 없다.
지난 7월 24일 투게더아트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요시토모 나라의 ‘연못 소녀(The pond girl)’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4호 투자계약증권(8만6700주·8억6700만원)의 일반투자자 청약률은 65%에 그쳤다. 투게더아트는 기존에 인수하기로 한 8670주(10%)에 남은 잔여주 2만2077주(약 2억2000만원·25%)를 모두 떠안았다. 카사, 루센트블록 등 부동산 조각투자사의 상반기 공모 4건 중 3건의 공모가 완판을 기록하며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 정도만 선전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투자계약증권을 기존 기타소득세에서 배당소득세로 변경해 적용한다는 ‘2024 세법개정안’까지 발표되면서 과세 부담 우려를 키웠다. 현재 미술품, 한우 등의 조각투자상품이 투자계약증권으로 발행된다.
거듭된 악재에 작년 말 STO 관련 테마주로 떠올랐던 종목 주가는 급격히 하락했다. STO 플랫폼 사업을 운영 중인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연초 대비 주가가 1만1450원에서 8월 30일 7230원으로 36.86% 하락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을 12.35% 보유한 갤럭시아에스엠도 같은 기간 27.51% 떨어졌다.
미술품 조각투자사 투게더아트와 서울옥션블루를 각각 자회사로 둔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은 연초 이후 주가가 49.13%, 48.84%씩 떨어져 다른 관련주보다 낙폭이 크다.
◇ 증권가, 작년부터 STO 신사업 추진
증권가에서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맡는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플랫폼 구축 등 신사업 추진을 어느 정도 해온 만큼 법제화 이후 시장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때마침 금리도 내리는 국면이라 토큰증권화되는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토큰증권 실무협의체인 워킹그룹을 발족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한국투자ST프렌즈를 결성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ST 증권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 IBK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올해 초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LS증권은 지난 7월 8일 스탁키퍼와 한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STO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4/09/02/SL7OLWLIQI3HJRWZQEXIKOJ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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