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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365] 규제에 적응해 가는 블록체인

M
김태완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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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최근 미국서 열린 ‘컨센서스 2024’
코인이나 NFT 프로젝트들 실종
사용자 편의성 높이는 제품 ‘눈길’

블록체인 업계 괄목할 만한 큰 변화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규제 수용해
이젠 혁신 이끄는 기술임을 입증해야

블록체인 기술은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자본을 빨아들이며 이제 거대한 사업으로 변모했다. 한때 사양 산업처럼 보였던 블록체인은 길었던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지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 기대감에 이미 상당한 상승세를 보였다. 앞으로 블록체인 업계가 어떤 모습을 갖춰 나갈지 기대된다. 필자는 이러한 호기심과 기대감에 지난 5월 말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인 ‘컨센서스 2024’에 참석했다.

컨센서스 2024는 작년의 흥행 저조를 극복하고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었다. 크립토윈터가 지나갔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역시 ‘돈이 돌아야 사람이 모인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투자를 희망하는 업체들, 그리고 투자할 곳을 찾는 투자자들의 쉴 새 없는 만남은 콘퍼런스 기간(3일) 내내 이어졌다. 블록체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국 투자자들과는 사뭇 상반된 모습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우리와 다른 이런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직접 대화하고 업계 흐름을 짚어보면서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콘퍼런스 행사장 내 홍보 부스들에는 코인이나 NFT(대체불가토큰) 프로젝트들은 실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무수한 코인 또는 NFT 프로젝트들이 난립하며 상당한 부작용을 겪은 뒤라 업계에서도 관심이 사그라진 것이다. 대신 스테이블 코인이나 디지털 자산 저장 장치,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하는 서비스 등과 같이 현재 금융의 단점을 보완하는 서비스, 초기에 디지털 자산이 사용하려던 분야 혹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돋보였다. 대중들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추상적인 프로젝트들이 떠나고 실제 생활에 사용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신기술의 출현이 만든 거품이 걷히고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새였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변화는 규제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다. 투자자든 기업이든 구분 없이 규제 범위 내에서 사업이 영위되고 적어도 규제 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수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종전엔 창업자와 구성원들의 역량과 평판, 그리고 도덕성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그에 더해 진행하는 사업이나 상품, 서비스가 규제를 준수하는지, 정부의 허가나 승인을 얻은 것인지 먼저 묻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쳤는지 물어보는 셈이다. 각국의 규제가 점차 정비되고 있지만, 규제 내에서의 활동만이 이제는 시장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듯이, 블록체인 기술에도 본격적으로 규제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비단 투자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서로 협력을 모색하는 업체들 사이에도, 설령 국적이 다르다 해도 작용한다. 해당 국가나 상대방 국가의 규제를 준수하는 상대방인지, 규제 내에서 작동할 수 있는 사업인지 따져가며 협력 대상이나 거래 상대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수년에 걸쳐 같은 콘퍼런스에 참석해 온 필자로서는 블록체인 업계가 보이는 괄목할 만한 변화로 읽혔다. 용기와 의욕, 그리고 열정이 가득했던 것에서 냉정과 이성이 접목되며 보수적인 금융권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규제와 직접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컨센서스라는 콘퍼런스는 전 세계 각국의 블록체인 열정가들이 모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찾아보려는 개발자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필자가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하게 된 어느 영미권 개발자가 의미심장한 소감을 공유해 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컨센서스는 일반 소비자 대상의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논의보다는 기업과 기업 간 비즈니스 토크가 주류였다고 말이다. 이는 필자가 느낀 바와 일치했다. 드디어 블록체인 업계가 제대로 산업화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금 큰 기로에 서 있다. 코인 사기와 같은 병폐 현상의 하나가 아니라 실생활을 개선하고 혁신으로 이끄는 기술임을 이제 입증해야 할 때다. 점차 갖춰지는 여러 규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억압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적정한 자격을 갖추라는 반성적 고려인 것이다. 업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이미 변화가 느껴지는 만큼 외부의 왜곡된 시선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이어 토큰 증권, 대금 결제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에 혁신을 불어넣을 것이 분명하다. 규제에 적응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콘퍼런스였다.

 

출처: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612180232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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