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서 의무화한 가상자산 보험…국내는 '0'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가상자산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가상자산 보험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사업자의 보험 가입 의무화 조항이 담겼는데, 아직 국내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보험상품은 출시된 바가 없다.
투자자 보호 위한 보험·공제 의무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결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 8조는 가상자산사업자가 해킹·전산장애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SAP)는 총 36개사다. 원화마켓·코인마켓 거래소뿐만 아니라 지갑관리, 가상자산을 보관해주는 커스터디(수탁)·예치 서비스를 제공 중인 사업자 또한 가상자산사업자에 포함된다.
수년간 가상자산 해킹 피해는 다수 고객의 지갑을 관리해주는 거래소에 집중됐다. 특히 네트워크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한 '핫월렛(hot wallet)'이 주 대상이 됐다. 이동식저장장치(USB), 외장하드 등 오프라인 형태로 저장하는 '콜드월렛'에 비해 핫월렛은 해킹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빗썸은 2018년 19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고, 업비트 또한 2019년 580억여 원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지닥이 위믹스 1000만개를 포함해 약 19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해커에게 탈취당했다.
대형 거래소는 해킹 피해를 입으면 회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가상자산으로 고객 피해액을 반환할 수 있지만, 재원이 충분치 않은 거래소에서는 피해액을 돌려받을 방법이 뾰족히 없다.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안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 피해액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코인빈(유빗)의 경우 해킹 공격을 당해 고객 예치자산을 반환하지 못하고 파산 절차를 밟았다. 코인레일 또한 해킹으로 45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유출됐는데,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보상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을 샀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러한 해킹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나마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 손해보험사 그레이트아메리칸인슈어런스와 영국 런던 로이즈 등이 가상자산과 관련된 보험 상품을 개발해 제공 중이나 국내에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보험상품을 출시한 곳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몇몇 보험사가 가상자산업계와 함께 해킹 피해에 대비한 상품 개발에 착수했지만 출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가상자산은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높아 손실을 측정하기 어렵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위험을 평가하기 쉽지 않다. 가상자산 법제화에 따라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고 해도 막상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없는 셈이다.
가상자산 보험 개발을 위해 필요한 세부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가상자산 입법동향과 증권시장 규제체계와의 비교' 보고서에서"보험의 대상(어떠한 사고까지 보험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여부 등)을 비롯하여 가상자산사업자의 보험가입규모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예치금관리와 마찬가지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들은 가상자산 리스크가 크고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상품출시를 꺼렸는데, 사업자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사에서도 상품을 만들게 될 것"이면서도 "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바로 보험 상품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사업자를 위한 유예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mobile/2023/05/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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