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패스트팔로워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지난 주말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중 총기에 의한 공격을 받은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은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으며 구글 트렌드 트럼프 관련 검색어에서 트럼프 수혜주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트럼프 수혜주는 단연 비트코인과 트럼프 밈코인이었다.
트럼프가 무사함을 드러내며 주먹을 한껏 치켜든 사진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하여 사건이 일어난 하루 뒤 6만 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를 테마로 한 정치 밈코인들도 50~60% 상승을 기록하였으며, 사건이 일어난 날이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장이 열리는 전 세계 크립토거래소에서 해당 가격 상승은 그대로 반영되어 한국을 비롯 글로벌의 모든 투자자들에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크립토 시장이 진정한 글로벌 현상임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 한국의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더 많은 정보와 글로벌 관점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크립토 시장은 전통적인 금융 시장과 달리 24시간 365일 작동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든 발생하는 이벤트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자본시장은 그 양적 평가에서 선진시장의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질적 평가에 의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접근성 문제, 제도와 규제의 투명성이나 일관성, 예측 가능성, 한국 자본시장에서만 지속되고 있는 절차나 관행, 해외 금융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이슈 등이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에서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유로 나열되었다. 그 양적 규모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여러 질적인 기준들이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크립토시장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크립토 투자 규모는 전 세계 1-2위를 다툰다. 작년 말 기준 비트코인 거래에 있어 원화가 달러화 거래를 넘어선 경우도 있었으며 거래소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실제 1-2위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측면에서는 어떨까? 2017년 ICO가 금지된 이후 국내에서 사업자들은 사실상 토큰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법인은 여전히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거래소에서 계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여 ETF를 출시하고 금융시장 활성화에 기여케하고 있는 미국, 홍콩 등과 달리 한국에서 ETF 통과는 논의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피격 사건은 글로벌 이벤트가 크립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 관점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개인투자자들의 개인기에만 맡길 수는 없다. 규제와 제도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신흥시장으로 취급받는 이유를 크립토 시장이 반복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가상자산시장육성법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 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따라가는 정책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매우 정확하고 의미 있는 말이다. 여기에 한 마디를 더 붙이고 싶다. “일단 선진시장의 정책을 시의적절하게 따라가기라도 하자.”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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