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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여전히 블록체인 아일랜드로 나아가고 있는가?

M
레오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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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대만은 과거 '아시아의 블록체인 아일랜드'를 표방하며 기술 지원에 적극적이었으나,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규제와 투자자 보호 중심의 정책으로 기업 진출이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패밀리마트, 대만모바일 등 주요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정부도 CBDC 개발과 해외 가상자산 ETF 투자 허용 등 보수적 입장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VASP 협회 출범으로 규제가 구체화되고 웹3 관련 채용이 증가하는 등 성장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대만을 둘러싼 국제 정세 등 외부 리스크 요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1. 들어가며

 

 

전 대만 국회의원 제이슨 쑤(Jason Hsu)의 블록페스타 연설, Source: Blockfesta 2018

대만은 한때 ‘아시아의 블록체인 아일랜드'를 표방하며 활발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이전 리포트에서 다룬 것과 같이 대만은 FTX 사태로 국민 30만 명이 약 4억 달러의 피해를 입은 후, 웹3 산업 활성화보다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에 중점을 둔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지난 리포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대만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대만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자치 기구를 설립하였고,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에 조금씩 완화된 입장을 보인다. 여기에 주요 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 채택이 더해지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본 리포트에서는 대만의 웹3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대만이 진정한 '블록체인 아일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지 전망해보고자 한다.

2. 대만의 산업 규제 현황

 

대만 정부는 일찍이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적극적인 산업 육성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어 왔다. 대표적으로 2021년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화를 시행하였으며, 2023년 말에는 거래소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Source: 대만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 협회

대만은 최근에도 여전히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6월 출범한 대만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 협회(Taiwan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 Industry Association, 이하 VASP 협회)를 통해 드러난다.

VASP 협회는 마이코인(MaiCoin), 비토프로(BitoPro) 등 대만의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를 포함한 24개 가상자산 사업자가 설립하였다. 이들은 모두 대만 내 합법적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업들로, 금융감독위원회(FSC)와 협력해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법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두 가지 핵심적인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로 자금 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 체계 구축이다. 다음으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의 분류 및 등급 관리 체계 마련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다만 대만 정부는 VASP 협회에 자율과 규율의 균형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투자자 보호와 웹3 기업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의 자율성 확대가 웹3 산업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3. 2024년 대만, 새로운 소식은?

 

3.1. 가상자산 투자 시장

 

대만 규제당국은 지난 6월 해외 가상자산 현물 ETF 투자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9월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허용했다. 다만 투자자격을 기관 투자자, 전문 투자자 법인, 개인 전문 투자자로 제한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는 해외 가상자산 ETF 투자가 불가능한 한국과 대조적인 행보다. 대만 정부는 가상자산 규제를 통해 위험성을 관리하면서도 기존의 보수적 입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VASP 협회 출범과 더불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도 완화된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3.2.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대만은 2019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의 개발과 연구를 진행해왔다. 작년에는 소매용 CBDC 프로토타입이 2,300만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함을 검증한 바 있다. 하지만 대만은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소매용 CBDC의 실질적 효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다. 대만의 현금 사용 비율은 코로나 이후 전자 결제 보급률이 증가했음에도 2023년 기준 총 결제량의 42%를 차지하며, 이는 한국, 중국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이커머스에서도 현금 결제 비중이 타국 대비 높은 수준을 보여 대만 국민들의 현금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매형 CBDC 도입은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매형 CBDC 검증을 마친 대만은 이제 도매형 CBDC 연구에 착수한다. 양진룽(Yang Chin-long)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말부터 도매형 CBDC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CBDC 개발에서 속도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해, 신중한 접근이 예상된다. 특히 도매형 CBDC가 특정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데 주력할 것이며, 이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3.3.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지난 10월 발표에 따르면,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내년 1분기부터 은행의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범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대만 내 3개의 상업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증권사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자본금 규모를 고려해 은행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규모 자산을 다루는 만큼 보안과 자금세탁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서비스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시작해 점차 전문 투자자로 확대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4. 하나 둘 씩 웹3에 뛰어드는 대만 기업들

 

 

Source: Bitopro

대만 기업들이 하나둘 웹3 서비스를 도입하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만 디지털 뱅킹 플랫폼 뱅키(Bankee)는 비토프로(Bitopro) 거래소와 함께 가상자산 친화적 계좌(Crypto Friendly Bank Account)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기존처럼 은행 계좌 발급과 거래소 연동이 필요하지만, 거래소 앱에서 대만 달러를 즉시 충전할 수 있는 등 사용자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전통 금융권과 거래소의 이러한 협력은 대만 웹3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Source: BitoGroup

또한 대만 패밀리마트(Family Mart)는 로열티 포인트를 BTC, ETH, USDC, USDT 등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 투 크립토(Point to Crypto)'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과 비토프로(BitoPro) 거래소를 운영하는 비토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대만 최대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의 이러한 시도는 가상자산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Source: Taiwan Mobile

한편,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사인 대만 모바일(Taiwan Mobile)이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 모바일은 자회사인 푸성디지털(Fu Sheng Digital)을 통해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협력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직접 가상자산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한 전초적인 단계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대만 모바일이 거래소와 협력하여 가상자산 활용처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만 모바일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통신 대기업의 VASP 라이선스 획득이 시장에 가져올 변화가 주목된다.

5. 마치며

 

대만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내부 시장 환경과 함께 국제 정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긴장 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대만 내 사업 운영에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대만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주목할 만하다. 웹3 관련 채용이 재작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내수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만 블록체인 위크(Taipei Blockchain Week)와 아시아 블록체인 서밋(Asia Blockchain Summit 2024) 등 글로벌 웹3 행사가 꾸준히 개최되며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만이 진정한 '블록체인 아일랜드'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웹3 산업 육성 정책이 아직 부족하고, 일본, 한국 등 주변국의 정책과 성과를 지켜본 뒤 규제를 도입하는 신중하고 접근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만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글로벌 웹3 시장의 주요 축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https://reports.tiger-research.com/p/2024-taiwan-overview-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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